2013년 7월 31일 수요일

르완다는 무엇을 말하나??


르완다는 무엇을 말하나??


'르완다 대학살'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시 르완다에는 다수 부족인 후투족과 소수 부족인 투치족 사이에 내전이 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후투족 출신인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이 비행기 격추 사고로 사망하자 후투족은 이를 투치족의 소행이라고 간주하고 보복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인종청소의 의미도 포함돼 있었다.

후투족 정치인과 언론인, 종교인들은 투치족 학살을 선동했다. 이에 평범한 후투족 주민들은 너무도 쉽게 이 잔혹한 학살에 가담했다. 한 후투족은 투치족인 자신의 아내를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총살했으며, 후투족 청년들은 투치족인 자신의 친구, 직장동료, 이웃을 살해한 후 그 목을 몸에 착용(?)한 상태로 맥주를 즐겼다.

불행하게도 이 선량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몰랐다. 르완다 대학살은 증오심에 도취된 인간이 얼마나 잔학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었다. 과연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수많은 사람들을 살인자로 만든, 이 끔찍한 증오심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범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구성한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는 이에 대한 책임을 '증오연설죄'를 저지른 선동행위자에게서 찾았다. 증오연설이란 국가, 인종, 종족, 종교를 기준으로 자기가 속하지 않은 다른 그룹에 있는 사람들을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파괴시킬 목적으로 악의적인 증오심을 부추기는 선동 행위를 말한다.

실제로 대학살이 있기 2년 전부터 후투족 정치인과 언론인들은 '투치족을 멸절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글과 말을 쏟아냈다. 대중들은 "투치족을 멸절시켜야만 앞으로 평화가 올 것"이라는 이 지식인들의 증오심 가득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다수의 종교가 공존하는 종교 자유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기독교 내에서는 기성교단의 횡포가 유독 심한 나라이기도 하다. 불특정다수가 시청하는 기독교 방송에서도 '이단척결을 위한 연합예배'라는 문구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기성교단 소속의 언론사에서는 매달 혹은 매일 이단사이비를 대비하거나 박멸해야 한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기성교단 소속의 소위 이단감별사들은 교회나 여러 단체를 돌며 이단세미나 및 강제개종을 위한 상담을 하고 있다. 이들의 말과 글을 접한 대중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행동을 하겠는가.

기성교단에서 발행한 잡지를 통해 이단감별사의 글을 접한 김 모 씨는 자신의 아내가 다니는 교회가 기성교단에서 지목한 이단이라는 사실을 안 후로, 사랑하는 아내를 폭행, 협박하기 시작했다. 김 모 씨는 잡지사 발행인의 소개로 이단감별사를 만났고, 그는 아내를 개종시켜야만 가정 파괴를 막을 수 있다고 선동했다. 이후 김 모 씨는 아내를 개종시키기 위해 더욱 상습적으로 심한 폭행을 가했으며 아내가 다니는 교회를 찾아가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또한 아내를 이단감별사에게 끌고가 강제 개종교육을 받게 하였다. 그러나 개종이 실패되자 이단감별사와 공모하여 2001년 3월 22일까지 약 85일 동안 아내를 정신병원에 감금하기도 했다.

증오연설에 세뇌당한 사람들은 ‘반대편의 인종, 종교, 이념’을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 전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인 박선기 변호사는 “증오연설에 세뇌된 사람들은 살인 도구다. 그렇기 때문에 선동행위(증오연설)는 사람을 죽이는 것 이상으로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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